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좀 멀리 삽니다. 네 뉴욕이요. 딱히 더 멋있을 것도 없고, 어떤 면에선 여기서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한 선택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 주의라서 나를 즐기면서 잘 지내고 있답니다.
이번 주 월요일 labor's day를 기점으로 바람이 슬슬 차가워지는게 어느덧 가을인가 봅니다. 일년이라는 시간을 연주하다 잠깐 마주친 쉼표인 셈이지요.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면, 낙엽이 떨어지는 공원벤치를 즐길 여유도 없이 몇 주가 지나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겨울이던 적도 있어요. 그렇게 뉴욕의 가을을 미쳐 느끼지 못한 해에는 1년내내 지나간 그 계절을 그리워하거나 다음 해를 기약하며 아쉬워하게 되는거에요.
롤클 자게에 글 쓰는게 또 오랫만이네요. 매일 3번 정도 들어와서 답글 정도는 달고 있지만 제 이름을 건 글 한 꼭지를 공개된 곳에 쓴다는게 날이 갈 수 록 어렵기만 합니다. 누가 관심이나 있을까? 소심해지기도 하고, 이건 아닌데 하며 발끈하기도 하고, 쓰다가 재미없다 싶어서 지워버리기도 하고, 어차피 의미도 없는 짓이라는 생각에 의욕 제로의 상태에 놓이기도 하면서 결국 모든 문제는 스스로에게 있음을 자책하기도 합니다.
대충 너무 두껍지 않은 가면하나 쓰고 사람 상대하는 것을 안해본 것도 아닌데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캐쥬얼하게 생각하지 못하나 탓해봅니다만, 한살 한살 먹으면서 생각이 굳어져가는 삼십대 초입의 아저씨를 모니터속에서 발견하는게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지요.
스스로 즐겁지 않으니 취미가 이미 취미가 아니고, 스스로 편하지 않으니 내 공간인 줄 알았던 곳이 낮설어지네요. 그래서 즐겨찾기에서 이곳을 지웁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분들이야 메신저나 언제고 충무로에서 볼 수 있으니 너무 놀라신다거나 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담배를 끊어 본다는 기분으로 지운 것 뿐이니까요. 그러고 보면 여기는 제게 어떤 습관이었어요.
지금까지 미소년이었던 적이 없었으나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면 미중년이라도 될까싶어 뒤늦게 피부관리도 하고, 지난달에는 생전 처음 파마도 해보고, 한동안 손에서 놓았던 책도 읽고, 카메라도 다시 챙겨다니고 있습니다. 모르는 곳을 찾아가는 것을 싫어하는데 지난주 연휴에는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바닷가를 처음 찾아가보기도 했네요.
저녁녘의 황금색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서 이번 가을은 제 인생이라는 관현악에서 G.P.로 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30대의 첫가을인데 그정도 의미는 주어야죠.
그럼 여러분들 건강하시고 다음에 인연이 되면 또 뵙겠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새로 이곳을 찾은 분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 두가지.
질문은 Q&A에.. 질문전 검색을 생활화 하세요. ^_^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