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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6년 5월 9일 PFM 공연후기
이름: 강창우

등록일: 2006-05-10 07:14
조회수: 1125 / 추천수: 38

DSCN0005.JPG (56.3 KB)

Premiata Forneria Marconi (쁘레미아타 뽀르네리아 마르코니)

P F M-02-Impressioni Di Settembre

여느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특이사항이라면 오늘 카메라 판매가 예정돼 있다는거..

구입자가 좀 일찍 만나고 싶다는 걸 난 약속시간이 8시니 그 시간에 보자구 팅겼다.

바쁜것도 없었지만.. 7시 반에 도착해서 기다린다고 해서 굼뜬 걸음을 했지만 55분에 도착.

신림역에서 기다린다고 해서 개찰구 앞에서 반대편 개찰구를 확인하는 찰나

전화가 온다.. 난 구입자이겠거니 무심코 확인도 않고 받는다.

어? 왠걸? 여자다! 1초동안 머리가 반짝했지만 걸려올 여자전화가 없는데..?

번호를 확인했다.. 낯익은 이름이다.. 근데 나름대로 긴장되는 이 순간에 전화가..?
낭패스럽다..
조용한 곳에서 받아야 하는데.. 이 친구와의 전화는 이상하게 핀트가 약간 어긋난다..

내가 우적우적 정신없이 밥을 쑤셔넣을 때나 지금처럼 나름의 판매작전을 세우는 잔머리 타임에 무방비로 나를 당황케 한다. 낭패스럽다..

다급한 목소리!! "지금 어디세요?" 누구냐고 묻지도 않는다.

나도 묻지않는다. 의아한 톤으로 "신림역인데요?

약간 실망한 듯" 아 그럼 안되겠어요..."

이 순간 난 구입자가 개찰구에서 두리번 거리는 걸 확인하고 손짓한다. (니가 살 카메라 쥔 나야~)
가방을 열면서 난 카메라를 건네준다. 그러면서 전화기로 저쪽 반응을 기다린다..

"PFM 아시죠? "

잘 안들린다 아니 정신이 카메라 파는 곳에 팔려있다 "네? 누구요?"

"PFM 이요.."

(아~ 그 PFM..) 이윽고 내 머리속엔 이 친구에 대한 파일이 로드된다.
여러분들도 그렇지 않은가? 주로 대화하는 내용이 정해져 있으면 자연스레 머리속 메모리는 그와 관련된 상식들을 자동으로 로드하지 않느냐! 다른 관련 정보들이 머리 한켠에 줄줄이 비엔나로 엮여 나와서 대화를 원활케 해주지 않느냐 말이다.

"아 예 알아요 PFM.."

카메라 구입할 친구가 렌즈를 내 손에 맡기고 열심히 셔터속도와 미러 바디 내부를 살펴본다..
난 렌즈들고 여전히 대화중..

"제가 공연을 예약했는데 오늘 방청소 하다가 갑자기 그 생각이 났어요. 근데 같이 갈 사람이 생각이 안나는 거에요.. 공연이 8시인데 늦었지만 입장은 가능하다는데 괜찮으세요? LG 아트센터라는데 강북에 있는거죠?"

"아트센터는 강남에 있는 건데요. 역삼역인가 거기 있는 걸로 알아요.. 강북 아닐텐데.."

"거기 전번이 2005년 0114거든요?  확인전화 해보시고 제게도 연락 좀 주세요. 저도 지금 나갈게요"

"네 다시 전화해 줄게요.." 곧바로 아트센터 다이얼.. 통화중.. 이거뜨리.. #@#$$#$ ㅡ,.ㅡ
다시 다이얼 !@#$%#^%$^ 다시 다이얼 #$^%&$%ㄲ&%&*^ 다시 다이얼 드뎌 받는다
이러쿵 저러쿵 맞다 역삼역

다시 전화 "역삼역 7번출구로 연결된데요. 저도 곧 여기서 출발할게요"

"네.. 예약번호가 있거든요.. 도착하시면 전화주세요.."

자 이제 카메라 파는 거 마무리로 접어든다.. 이 렌즈가 사실 이러쿵 저러쿵.. 자이쓰.. 바리오 소나 이러컹 저러쿵.. 하면서 회심의 한마디를 던진다..
"사실 렌즈 구조가 바리오 소나랑 거의 같아요.. 거의 95%이상 같아요.." 마지막 일격
"바리오 소나하고 차이 없어요.." 캬캬캬 드디어 맛이가서 붕 뜬 구입자..

파인더도 들여다 보고 주밍도 해보고 노출확인도 해본다.. "살게요" 겜 오바~ ㅋㅋㅋ

배춧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확인후.. "잘 쓰세요~" "잘 쓸게요"

그 친구가 지하철 타러 가는 걸 보면서 나도 개찰구로 들어선다..역삼역까지 9개 18분이다..

시간은 8시 5분으로 접어든다. 예약번호가 문자로 들어온다.. 이럴 줄 알았으면 후레쉬랑 바디랑 다 챙겨오는 건데... 아쉽긴 하지만 다행이 습관처럼 챙기던 롤라이가 들어있다.. 가는 동안에 미리 셔터스피드와 조리개값  거리를 체크한다.. 도착.. 물어물어 매표소로 가서 예약자 확인하고 번호를 불러주는데 주인공이 왔다.
서둘러 티켓받고 공연중이던 한 곡이 마치자 관계자가 좌석 위치를 안내한다..

자리잡고 감상돌입..

앉긴했지만 아직 내 머리속은 카메라판매 후의 상황과 생소한 음악에 갑자기 맞딱뜨렸을 때의 얼떨떨함이 혼재된 상태였다. 그리고 감성과 감각은 하드밥에 단련되어 있었다..
잠시동안 가식적인 생각과 몸짓, 감상하는 듯한 추임새로 주위사람들을 안심시킨다.

이탈리안 롹은 역시 아름답다.. 고뇌하고 분노하고 격정과 격앙으로 듣는이를 불타오르게 만든다.
슬슬 몸과 가슴은 잊었던 감성이 살아나고 천천히 나는 저들이 토해내는 선율과 리듬,조명, 땀과 향연에 젖어든다. 롤라이를 꺼내서 캔디드로 2컷을 찍고 나니 옆에서 한마디..

"저기요 여기 촬영금지에요"

"네.."

멋쩍게 도로 집어놓고 아쉬워하는 두손을 포갠채 마음을 달랜다..

몇곡이 흐르고 드러머 할아버지가 15분뒤에 다시 즐기자고 얘기한다..  이른바 인터메쪼다..

사실 난 카메라를 팔아묵고 저녁을 먹을 참이었다. 갑작스런 이 상황이 비행기에 붕 뜬건 맞지만 뱃속은 심하게 불만이었던지 입안으로 쉰네를 풀풀 풍겨서 입을 열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친구가 주차하러 간다는 사이 나는 서둘러 배를 채울 생각을 한다. 매점 앞에서 서성이는 내게 티켓을 챙겨준다.

"들어갈 때 티켓 없으면 입장 안되요"

고마운 사람이다. 뭐 생각있냐 물으니 괜찮단다.
이러면 내가 머쓱해지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길 수 는 없고 쥬스를 물마시듯 벌컥벌컥 넘긴다.

선남선녀,아저씨,아줌마,외국인 선남선녀에 외국인 아저씨,아줌마 다들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다들 지독한 음악광으로 보인다.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들.. 한 감성하는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는 눈짓,손짓,몸짓을 지켜보면서 난 내 자리로 돌아온다.

2부 시작

이제 내 몸도 충분히 워밍업이 되어서 즐길 준비가 되었다.
역시 이들도 2부를 위해 1부 동안 몸풀기를 한듯이 스케일이 큰곡으로 오프닝을 연다.
메인을 여는듯 영광스럽던 시절의 곡들로 관객을 초대한다.
꽉 짜인 기승전결로 10여분 이상의 곡을 한편의 영화처럼 눈과 귀로 펼쳐 보이고 관객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탄성이 들린다.
사실 난 이탈리안 롹에 대해 잘 모른다. 한창 음악을 들을 때 나의 음악적 관심사는 서정적이고 판타지한 이탈리안 롹 보다는 육중한 한방의 훅과 같은 음악이 좋았다.

"PFM 예전에 좋아하셨죠?" 라고 묻는다..

" ^^;; "

이 표정이 열마디 말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가진다는 걸 아실것이다.

손자데리고 마실 다니실 할아버지들께서 한치 틀림이나 물렁함, 여유 없이 과거 그들의 역작들을 무섭게 토해낸다.

"순간이 영원과 같다고 하던가!"

평생 쫓던 결과물들을 낯선 이국 땅에서 모조리 쏟아내는 그들과 난 하나가 됐다.
나 뿐만 아니라 모두들 격앙되고 상기되어 있었다.
나이 어린 사람,나이 많은 사람,외국사람,넥타이맨 모두 순간의 빛을 붙잡고 있었다.

피날레로 접어들면서 그들은 관객과 셀레브레이션을 외쳤다. 맨 오른쪽은 "셀" 중간은 "레" 맨 왼쪽 우리줄은 "브레이션"이어서 어렵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었지만 금새 눈치 채고 열심히 소리지르고 박수치고 악쓴다. ㅎㅎ

"우리들이 낯선 이 음악을 사랑하긴 하지만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까"라는 약간의 걱정일랑 묻어 두고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말했다.

"서울이여! 즐겨라 PFM과 함께 오늘을 즐겨라" 라고 관객들을 일으켜 세웠다.

커튼 너머로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내 몸과 두 손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들처럼 나도 땀나고 있었고 목은 거미줄을 걷어낸 듯이 뻥 뚫려 있었다.

3시간은 그렇게 지났다. 갑자기 솟은 엔돌핀은 이제 내 몸을 휘감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내달리고 있었다.

아쉽지만 이제 이 친구와 헤어질 때가 되었지만 내 입으로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다.

"지하2층으로 가야해요"

말없이 따라 나서니 잠시 기다려 달라더니 트렁크에서 뭔가를 꺼내고 열심이다.
잠시후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았지만 강남의 가로등 사이를 조용히 가르며 달리고 있었다.

리모콘으로 연신 시디 매거진의 곡을 돌려가며
"folk를 들려주고 싶은데 시디를 잘못 골랐는지 들려주고 싶은 곡이 안나와요"

"모두 좋은곡들이에요..."

집으로 향하는 동안 말없이 울리던 음악은 완벽히 감성을 자극하고 있었다. 우울하고 아름다우며 생기발랄했다.
간간히 뿌리던 빗방울은 나머지 한 구석마저 완벽하게 채워주었다.

목적지가 가까울수록 즐겨듣는곡을 들려주지 못해 자책하는 친구에게 충분히 감사하고 만족한다고 다시금 말해줄 수 밖에 없는 자신이 그렇게 한심 할 수 없었다..

집앞에서 떠나는 이를 보며 하루를 짚어본다.

"내 인생에 PFM을 다시 볼 날이 올까?"

"내 삶에서 오늘 같은 하루가 다시 있을까?"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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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주

그 친구분 덕분에 음악 감상을 하셨지만,
그 친구분 때문에 많이 아쉬운듯 보이시네요..
PFM보다도 더......
힘내세요~ 나중에 친구분과 또 함께하시면 되죠...^^

2006-05-10
07:51:59

김진회

구입기와 pfm 이 겹쳐진 글이어서 그런지..
기네요.. ^^;
ㅋㅋㅋ

2006-05-10
09:42:19

장남종

PFM 공연 뽐뿌 감상기....참 감칠 맛 나게 글 잘 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2006-05-10
10:41:52

원용준

헉, 전 FPM(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인줄 알고..클릭 오나전 민망 -_-;

2006-05-10
12:21:49

이민영

저도 FPM 인줄알고..ㅋㅋㅋ 또 왔나 싶어서ㅎㅎ

2006-05-10
14: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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