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남편이랑 바람도 쐬고 눈요기도 할겸해서 롤라이 하나씩 달랑 들고 인사동엘 나갔어요.
인사동 풍경은 특별히 새로울것도 없는 늘 보던 풍경이라 하릴없이 어슬렁 거리기 일쑤인데
그날은 어느순간 장면 하나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종로쪽 입구에 보면 조그만 광장이 하나 있잖아요.
거기서 가끔씩 부랑인이나 노숙자분들이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걸 목격하곤 하는데 그날도 어떤분이 누워 있더군요.
옷차림이나, 먹다가 남긴듯한 과자봉지랑 소주병이 놓여 있는걸 봐서는 앞서 말한 그런분이것 같았어요.
근데 그앞에서 커다란 DSLR 을 들고 연방 셔터를 누르고 있는 젊은 남녀 커플을 보게 되었어요.
그 누워있는 분을 향해서 셔터를 누르고 있더군요.
문제는 여기서부터 일어났어요.
남편이 그걸 보고는 급히 그 커플에게 다가가서 " 누워있는 사람을 왜 찍는거죠 ? 이분한테 허락은 받고 찍는겁니까 ? "
하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 카메라를 든 젊은 남자분이 " 왜요 ? " 라고 하면서 왠 참견이냐는 표정으로 쳐다 보더군요.
( 제눈에는 그렇게 보였어요 )
그래서 남편이
" 저분 인격도 있고 초상권도 있는데 그렇게 함부로 찍으시면 곤란하잖아요. 안 그래요 ?" 그랬어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일행인듯한 여자분이
" 아저씨. 저희들은 그냥 찍는거예요.신경쓰지 마세요"
이 말을 들은 남편이 다시
" 그냥 찍다니요 ? 카메라를 보니 사진 첨 찍는 분들도 아닌것 같은데 특별한 목적도 없이 이런사진 막 찍는거
안 좋은거잖아요 " 라고 말했더니...
" 우리가 사진 찍는데 아저씨나 이 사람한테 피해준거 있어요 ? 왜 시비거는거예요? "
순간 남편 얼굴이 벌개지고...그 다음은 차마...작은 소동이 일어났지요...ㅡ.ㅡ ;;
남편 목소리가 커지고 그 커플들 목소리도 커지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결국엔 아무런 맺음없이 소동은 끝이 났어요.
물론 첨에 남편이 조금은 흥분한 상태에서 접근한건 사실이지만 분명히 그런사진 허락도 없이 마구 찍는건
옳은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생각이 틀린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찍는 일에는 ( 프로 사진가가 아닌 다음에야... )
최소한의 예의나 인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셔터를 누르는 일보단 분명히 그 풍경이나 장면을 보고 느끼는게 더 아름답고 소중한 일이잖아요.
남을 배려해주는 작은 노력이 사진찍는일을 좀 더 즐겁게 만들어 주는거라 생각해요.
언젠가 '윤경희님'이 사진찍는일은 '취미' 이기전에 '재미' 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에는 아직 너무나 많이 모자란 저에게는 정말로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어떤일보다도 '재미' 를 느낄 수 있는 사진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느새 소리없이 가을이 다가왔네요.
이젠 예쁘게 물든 낙옆사진을 찍으러 다녀야겠네요.
좋은 사진 많이들 찍으시고 우리 Rollei35.com 도 더욱 더 사랑해 주시고 즐거운 사진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어떤 행위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망각한채,
형식만 흉내내는 얼치기 행위자들이 많더군요 .
문제는, 이런사람들, 대개가, 알켜줘도 못알아 듣는다는 ............
2006-09-11 14:05:11
남주현
한떄 저도 Candid(일명:도촬)에 매료된적이 있었는데요.
용기도 없을뿐더러 거의 모든 사진사이트에서 이와 관련된 주제로 격론이 벌어지는걸 보고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얼마나 무식한 저를 탓했는지 모릅니다...
바깥어른의 용기에 저는 기꺼이 한표 던집니다...
2006-09-11 14:32:29
김희진
^^; 아직 어린분들이면 당장은 몰라도 나중에는 알겠죠.~
암튼 훈육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
2006-09-11 14:33:16
김진회
저두.. 도촬을 잘하는 편이죠.. 만..
힘든 사람에 대해서는.. 도촬하는건 별루 재미가 없어요..
행복해 보이지 않으니깐요..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막찍는건.. 사진 찍는 거에 대한 좋은 생각 같진 않네요..
( 근데 사실.. 가장 멋진 모습은 사진 찍힌다는걸 전혀 의식하지 않을때.. 그때가 가장 자연스러우니.. 쩝.. --; ^^; )
2006-09-11 14:38:47
이승렬
이거 멋진 남편 자랑하시는 것 맞죠? ^^
2006-09-11 14:48:33
최경근
멋찐 부군을 두셨네요^^
아닌건 아니라고 말해야죠!!!
훌륭하십니다.
2006-09-11 15:05:04
안준상
젊은이들이 욕심이 과했나 봅니다^^
사진인들이 많이 가는 곳엔 아무렇게나 버린 필름포장지와 이래저래 어지럽힌 행위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으로 부끄럽더군요!!
2006-09-11 15:10:11
오인지
와우~훌륭하신 남편분과 취미생활 공유까지...!!!
저도 도촬 잘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찍어선 안 되는 것에 대한
불문율이 있는 거 같습니다. 지켜야죠^^
여튼 부러워요...~
2006-09-11 15:11:01
서희연
저도 가끔 도촬을 하지만, 가능하면 사전에 허락을 받고 찍으려고 노력합니다. ^^
성현님의 글을 읽다보니, 문득 예전에 읽었던 기사가 생각나는군요.
어떤 분이 시내 구경을 갔다 예쁜 커플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물론 도촬) 웹사이트에 올렸는데
어느날 그 사진 속 커플 중 여자분의 오빠에게서 소송을 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예뻐서 찍었는데 무슨 잘못이냐는 말에 얼마후 그 커플이 헤어졌고 여자분이 다른 사람과 사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귀는 남자가 그 사진을 인터넷으로 보게 된다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냐면 소송을 한 것이었습니다.
예쁘다는 생각에, 느낌이 좋다는 생각에, 상대방의 동의 없이 찍는 것이 어쩌면 상대방에게 큰 피해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었죠.
소동이 있긴했지만, 아마 그 커플, 다음부터는 사진을 찍을때 조심하지 않을까싶네요. ^^
2006-09-11 15:33:35
이병철
전 어쩌다 사람이찍힐 경우, 뒷모습만 찍히도록 해서 찍습니다.
어려우신 분 사진은 절대 안 찍어요. 그런 사진 찍고 휴머니즘 , 작품 운운하는 거 참 속 보입니다.
2006-09-11 16:03:21
이재호
개인적으로 캔디드 사진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그런건 캔디드가 아니라 약자를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용기도 진실된 것을 보여주려는 것도 아니고 만용일 뿐이지요...
사람들이 의식있는 사진행위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2006-09-11 16:45:26
임승욱
남편분의 용기에 한표를 던집니다. 옳은 일을 하셨다고 봅니다.
쑥스러움에 서로가 언성이 높아졌겠지만 그 친구들도 뭔가를 깨닫게 되었을 꺼라고 생각이 듭니다.
근데 아무리 봐도 든든한 남편분 두었다는 자랑같은 느낌이 가시지를 않네요. 나만 그런가? ^^
2006-09-11 17:28:39
한승철
부창부수.... 용기있는 남편과 현명한 부인이시군요.
저는 카메라 들이댈 용기가 없어서....
행복해보이든 불행해보이든 찍기전이나 혹은 찍고나서 허락을 구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결론은 모르는사람 몰래 찍지말고 모회원님처럼 자신만의 평생모델을 구하는게 최~~~선이 아닐까요?
2006-09-11 17:40:59
윤경희
글을 읽고나서
제 홈페이지의 사진첩을 잠깐 훑어보았습니다.
'느낌이 좋아서. 이뻐서....' 라는 이유로 찍었던 남들의 사진.
물론 용기가 없어서, 그리고 다행히 망원이 아니기에 얼굴이 완전히 식별될 만한 사진은 거의 없습니다만.
그것도 그분들이 싫다시면 할말은 없죠.ㅠㅠ
생각 좀 하면서 찍어야겠어요.^^;;;;
참...언젠가 제가 조금 긁적였던걸 기억해주시고 인용까지 해주시다니...가문의 영광입니다.ㅠㅠ
2006-09-11 17:43:11
장남종
음,,, 제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멋진 남편분 두셨네요...^^
2006-09-11 19:51:20
경성현
어휴~ 괜히 남편자랑한 꼴이 되고 말았네요...-_- ;;
그래도 많은분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신것 같아서 정말 기쁩니다^^
그리고... 윤경희님 ...경희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가 더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또 덕분에...팔에 알통이 생겼어요...그것도 감사드립니다...ㅎㅎ
2006-09-11 21:11:46
이성은
자유와 그에 따르는 책임 ; 균형잡기가 참 어려운것 같습니다.
2006-09-11 23:36:35
이지연
<사진의 이해> 교양 수업때 남대문, 경동시장을 막 돌아댕기던 때가 떠오르네요....
욕쟁이 할머니들한테 "느그 뭐할라꼬 사진 찍어대노?" 막 혼나던 -.-;;
다들 옳은 말씀이십니다~~~
2006-09-12 04:14:24
김인원
대상의 자신감 없는 모습을 찍어 사진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큽니다
찍는 행위나 결과물이나 이미 본질에서 벋어난 경우죠
그리고...
우리 동네 형님께 대든 놈들은 카메라 모서리로 좀 맞아야 합니다 ㅋㅋㅋ
2006-09-12 10:09:03
경성현
김인원님 오랜만이네요^^
2006-09-12 10:20:02
황현수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있는 멋진 분과 함께 인생을 보내시네요.
저 같았으면 귀찮아질까봐서 혼자 혀나 차고 말았을텐데. -_-a
어린 것들이 더 무섭잖아요.
2006-09-12 15:52:45
김찬일
좋은 것 배웠습니다^^
2006-09-12 17:50:20
구성영
처음에는.. 몰카를 찍는것이 가장 자연스러운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차츰 찍으면서 아니라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찍기 전에 충분히 대화를 하고 스스로 이해를 한 후에 사진을 촬영합니다.
물론 촬영한 사진중에 한장은 꼭 나중에 인화물로 드리구요..
얼마전에 갤러리에 사진을 올리고 나서 바로 내린적이 있었는데
무턱대고 찍은 사진이 아니라서 당당하게 올렸지만, 뎃글을 보고는 지워 버렸습니다.
사진속에 있던 모델이나 찍었던 저나 충분히 공감을 하고 여기에 올리는것까지 승낙을 받았지만
감상하는 분들의 부담이 어쩌면 저를 더 소심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